크리스텔과 타르라크 — 끝내 전해지지 못한 한마디
✍️ 앨리스・알리사
그녀는 그 싸움에서 졌다. 사랑이 시작된 건 정확히 그 때문이었다.
크리스텔은 라비 던전의 서큐버스였고, 타르라크는 삼용사의 한 명인 드루이드였다. 티르 나 노이의 단서를 찾아 혼자 던전에 내려온 그와 맞붙어 그녀는 졌다 — 그리고 죽지 않았다. 몇 마디만 남기고 돌아서는 등을 보고, 20년짜리 짝사랑이 시작된다. 그녀는 마족의 신분을 버리고 라이미라크 교단의 세례를 받아 던바튼 교회의 수녀가 됐다. 원정에서 중상을 입고 돌아온 타르라크를 찾아낸 사람도 크리스텔이고, 시드 스네흐타 깊은 곳 드루이드 제단에 그를 숨긴 채 4년을 혼자 돌봤지만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PC판 공식 스토리는 이 관계를 대부분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까지 끌고 간다 — 타르라크는 결국 기억을 전부 잃고 어린아이로 퇴행하며, 쓰러지기 직전 크리스텔에게 남기려던 말을 끝맺지 못한다. 몇 해 뒤 그녀는 던바튼에서 그 아이를 만나 처음 보는 낯선 아이로 대하며 정성껏 돌본다. 그게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마비노기 모바일》 여신강림 1장 등장 NPC 명단에 크리스텔은 있다 — 던바튼 교회도, 골드를 성수로 바꾸는 물물교환도 그대로다. 그리고 한국 쪽에는 중국어·영어권 자료에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두 사람을 정면으로 다룬 모바일판 에피소드가 존재한다는 커뮤니티 기록이다. 이 마지막 항목은 본 사이트가 공식 공지로 교차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아래에서 신뢰도를 낮춰 따로 다룬다.
라비 던전 — 원래는 유혹할 상대였다
크리스텔은 처음부터 인간이 아니었다. PC판 설정에서 그녀는 라비 던전의 서큐버스다 — 포모르족의 한 갈래,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 자체가 본업인 존재.
그 던전에 드루이드 한 명이 내려온다. 고통 없는 낙원이라는 티르 나 노이의 단서를 찾겠다고, 혼자서. 서큐버스가 홀로 있는 인간을 만났을 때의 본능은 하나뿐이고, 그녀는 그 본능을 따랐다. 대화는 전투가 됐다.
그리고 졌다. 마족의 셈법으로 패배 뒤에 오는 건 능욕이거나 죽음이다. 진 서큐버스가 이긴 인간에게서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일은 보통 없다. 그런데 이 드루이드는 승기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몇 마디만 남기고 등을 돌려 제 여정으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그녀가 반한 대상은 일어나지 않은 위해였다. 그 드루이드의 이름이 타르라크다.
타르라크 — 실존하는 아일랜드 이름, 실패하게 설계된 원정
이 이름은 게임이 지어낸 게 아니다. Tarlach는 실존 아일랜드 인명 Toirdhealbhach의 축약 표기이고, 역사적으로 코나흐트와 먼스터 양쪽에 이 이름을 쓴 왕이 있었다.
PC판의 그는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드루이드다. 낮에는 옛 상처 탓에 곰으로 변하고, 시드 스네흐타 깊은 곳 드루이드 제단 곁에 산다. 스승은 제2차 모이투라 전투의 영웅 마우러스 — 대마법사로 불리는 인물이고, 그 자신의 이야기가 타르라크의 인생보다 더 긴 별개의 줄기라서 여기서는 접어둔다.
어릴 적 그의 누나가 포모르족의 손에 죽었다. 선한 영혼은 고통 없는 낙원 티르 나 노이로 인도된다는 전승 — 동화에 가까운 이 이야기를, 그는 어른이 되고도 아이처럼 문자 그대로 믿었다. 티르 나 노이를 찾으면 누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원정에는 두 사람이 함께했다. 영웅이 되고 싶었던 전사 루에리,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었던 소녀 궁수 마리 — 본인은 몰랐지만 그녀는 마우러스의 친딸이고, 갓난아기 때 흰 사슴에 의해 던컨에게 맡겨졌다. 울라 대륙의 모험가들은 이 셋을 반쯤 비꼬는 투로 삼용사라 불렀다. 대다수가 없다고 믿는 낙원을 쫓는 여정은 정의상 돈키호테의 일이니까.
원정의 결말은 셋 모두에게 최악이었다. 마리는 포모르족의 습격으로 죽어 영혼이 영혼의 흐름으로 가라앉았고, 이후로는 세상을 지켜보는 관측자로만 남는다. 루에리는 포모르족에게 구조된 뒤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어긋남의 연쇄 끝에 인류를 배신하는 자리에 선다. 타르라크는 중상을 입고 기맥이 상해 다시는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몸이 됐다 — 에린으로 돌려보내진 뒤에는 곰의 모습과 약초로 겨우 목숨을 잇고, 제단을 벗어나면 죽는다. 그를 찾아낸 사람이 크리스텔이었다.
표기에 관한 짧은 메모
한국 서비스에서 통용되는 표기는 루에리, 티르 나 노이, 라이미라크 교단이다. 아래 연표 표는 본 사이트 데이터셋의 기존 표기(루아리, 티르 나 노그, 라이미락 교단)를 그대로 렌더링하므로 한 페이지 안에 두 형태가 같이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앞의 형태가 맞다고 판단했고, 본문은 그쪽을 쓴다. 데이터셋 표기 교정은 이 글의 작업 범위가 아니라 별도 과제로 남긴다. ‘Berched’는 한국어 정식 표기를 이번 조사로 확인하지 못했다 — 표에는 본 사이트가 임시로 쓰는 ‘베르헤드’가 나오고, 본문도 그 표기를 따르되 확인된 이름이 아니라는 점을 여기 적어둔다.
여신강림 — 4년을 지킨 비밀
1세대는 그 모든 일이 있고 한참 뒤에 시작된다. 밀레시안이 던바튼 교회에서 만나는 크리스텔은 더 이상 던전의 서큐버스가 아니다. 라이미라크 교단의 수녀로서, 마족만 읽을 수 있는 마족의 서를 번역해주고 이세계로 가는 검은 통행증을 발급한다.
그녀는 밀레시안에게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털어놓는다. 영문판 퀘스트 텍스트에서 그 출신을 말하는 대사는 **「Bondi Gordisse」**라는 철자로 나온다. 영어권 커뮤니티 위키는 이걸 고유명사가 아니라 한국어의 흔적으로 읽는다 — Bondi가 ‘본디’에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그렇게 읽으면 이건 이름조차 아니다. 고백의 앞부분이다: 나는 본디, 당신들이 마물이라 부르는 그것이었다.
다만 이건 추정이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본 사이트는 한국어 원문 대사 자체를 찾지 못했다. 한국 위키 문서에 ‘본디’라는 단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정체를 설명하는 서술문이지 그녀의 대사가 아니다. 영어권의 추정과 방향이 맞아떨어질 뿐, 그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니다.
그녀가 감춘 것은 자기 과거만이 아니었다. 무거운 쪽은 타르라크가 돌아온 뒤의 4년이다. 눈밭의 제단에서, 죽어가는 남자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살려낸 4년. 그것도 한 번도 답을 듣지 못한 채로. 밀레시안이 원정의 진상을 쫓는 과정에서 그것까지 같이 드러난다. 그녀는 잘못한 게 없다. 이 장면이 아픈 이유가 정확히 거기에 있다 — 그녀는 엄청난 양을 했고, 돌아온 건 없었다.
아래 표는 본 사이트가 정리한 이야기 순서다. 각 행이 PC판 공식 메인스토리인지, 커뮤니티가 정리한 요약인지, 모바일판 자체가 확인해주는 내용인지를 한 줄씩 표시해뒀다. 셋은 신뢰도가 전혀 다르므로 같은 무게로 읽으면 안 된다.
| 챕터 | 스토리 사건 | 모바일판 상태 |
|---|---|---|
| 배경 이야기 · 라비 던전 | 크리스텔은 원래 라비 던전의 서큐버스였다. 이세계 티르 나 노그의 단서를 찾아 홀로 던전에 들어온 타르라크와 맞붙었지만, 패배한 뒤 그가 승기를 몰아붙이지 않고 몇 마디만 남긴 채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1세대 메인스토리 · 여신강림 | 타르라크가 삼용사의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티르 나 노그로 원정을 떠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소식이 끊긴 뒤, 밀레시안은 던바튼 교회에서 이미 마족의 신분을 버리고 라이미락 교단의 세례를 받아 수녀가 된 크리스텔을 만난다. 그녀는 마족의 서 번역을 돕고 이세계로 가는 검은 통행증을 내주며, 밀레시안에게 자신의 과거 마족 신분을 고백한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1세대 메인스토리 · 삼용사의 행방 | 삼용사 원정의 결말이 드러난다: 마리는 포모르족의 공격으로 죽어 영혼이 영혼의 흐름으로 가라앉았고, 루아리는 포모르족에게 구조된 뒤 엇갈린 사정으로 인류를 배신했으며, 타르라크는 중상을 입고 기맥이 손상된 채 에린으로 돌려보내져 곰의 모습으로만 목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 바로 크리스텔이 라비 던전에서 중상을 입은 그를 발견해, 이후 시드 스네흐타 깊은 곳의 드루이드 제단에 숨겨두고 홀로 4년을 돌보았지만 끝내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2, 3세대 메인스토리 | 2세대에서는 주로 마족의 서 번역을 부탁받는다. 3세대는 '파괴의 여신 마샤' 편으로 접어들며, 포모르족이 각지 던전의 여신상을 파괴하자 크리스텔은 라비 던전과 마스 던전의 여신상을 직접 복구하고, 밀레시안이 바올 던전에서 어둠의 군주 모르간트에게 패해 붙잡히기 직전 제때 나타나 구해준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이리아 2 · 어린 타르라크 | 훗날의 이야기에서, 타르라크는 여신 마샤에 맞선 금기의 의식에서 모든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로 퇴행해 장인 베르헤드에게 입양된다. 그 아이는 던바튼에서 크리스텔과 재회하지만 그녀를 처음 보는 낯선 수녀로만 여긴다. 크리스텔은 눈앞의 낯가림 심한 아이가 타르라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로도 진심으로 아이를 아끼며, 무서울 땐 기도하라 가르치고 교회에서 하룻밤 재워준다. 지나가던 루아리가 그를 알아보지만, 아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린다 — 사탕을 사서 돌아온 크리스텔은 그저 눈물을 닦고 있는 아이를 볼 뿐이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더 나중의 이야기(한국 커뮤니티 정리・원문 미대조)・타르라크의 결말 | 대만 플레이어 커뮤니티가 정리한 후일담에 따르면, 타르라크는 결국 신들과 맞서는 길을 택해 영혼의 흐름의 힘을 이용해 신들을 에린에서 몰아내려 한다. 계획이 폭주해 뜻밖에도 진짜 마샤를 부활시키고, 밀레시안과 힘을 합쳐 마샤를 물리치지만 그 대가로 기억을 완전히 잃고 아이로 퇴행한다. 쓰러지기 직전, 그는 밀레시안에게 크리스텔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남기려 했지만 끝맺지 못한 채 빛 속으로 사라졌고, 그 말은 끝내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본 사이트는 커뮤니티가 정리한 줄거리 요약만을 전달하며 공식 퀘스트 원문과 문장 단위로 대조하지 않았다. | - 모바일판 미확인 |
| 모바일판 현황 | 《마비노기 모바일》 여신강림 1장의 등장 NPC 명단에서 크리스텔의 등장이 확인된다. 던바튼 교회에서 「골드 1,500 → 성수」 물물교환 기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녀의 서큐버스 신분과 타르라크와의 관계가 모바일판에서도 이어지는지는 본 사이트가 확인한 자료가 없어 미확인으로 표기한다. | ✓ 모바일판 확인 |
본표는 크리스텔의 PC판 스토리 타임라인이며 2026-09-02에 확인됨. '모바일판 확인'은 모바일판 자체의 텍스트나 화면이 이 장면을 직접 지목한다는 뜻, '모바일판 미확인'은 이 사이트가 조사한 범위에서 못 찾았다는 뜻으로 모바일판에 없다는 의미는 아님. 캐릭터의 한국어 명칭은 게임 원 서비스 표기를 그대로 사용.
서큐버스에서 수녀로 — 그녀가 고른 건 그가 아니다
‘사랑 때문에 전부 버렸다’로 읽히기 쉬운 이 전환을, 공식 텍스트 자신은 더 절제해서 쓴다. 그녀를 바꾼 건 여신 모리안의 은총이지 타르라크의 응답이 아니다. 그는 끝까지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를 움직인 건 신을 섬기는 기쁨에 닿았다는 그 경험 자체였다.
즉 이 개종은 누군가를 향해 바쳐진 희생이 아니다. 그녀는 성직을 골랐고, 자기 자신을 위해 골랐다.
그 절제는 일상 설정에도 남아 있다. 그녀는 지금도 마법 선생 스튜어트와 고급 마법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 드루이드의 마법, 보통 수녀라면 알 이유가 없는 영역이다. 과거는 신앙에 지워진 게 아니라 접혀 들어갔다. 던바튼 의류점 주인 시몬은 그녀의 수녀복을 직접 지었다. 교회 뒤편, 성벽 너머까지 내다보이는 작은 정원은 스튜어트가 데이트 장소로 추천하는 곳이다.
그녀에게는 테마곡이 둘 있다. 서큐버스 시절의 곡은 극중에서 **「검은 장미의 노래」**로 불리고, 사운드트랙 수록명은 **「서큐버스의 노래」**로 갈린다(같은 곡의 두 이름이며, 남성 짝인 「인큐버스의 노래」도 따로 있다). 수녀가 된 뒤의 곡은 **「울리지 않는 그대 마음 속의 종」**이다. 제목 자체가 이 관계의 요약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마스터피스 패치로 1세대에 풀 더빙이 들어가면서 이 곡들도 성우 이용신의 목소리로 다시 불렸다.
한국 유저들이 그녀를 부르는 이름: 사과마녀
이 절은 전부 유저 커뮤니티의 평가와 농담이다. 공식 서사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한국 커뮤니티에서 크리스텔에게 붙은 별명은 사과마녀다. 사연은 비극적이지 않다 — 초반 교회 퀘스트가 플레이어에게 사과를 따오라고 지나치게 자주 시켰기 때문이다. 붙은 단어가 ‘악명’이라는 점이 재미있는데, 실제 어감은 미움이라기보다 정든 쪽에 가깝다. 20년짜리 짝사랑의 주인공이 동시에 심부름 퀘스트의 대명사라는 이 이중성은, 솔직히 이 게임의 유저 문화를 꽤 잘 요약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부르는 한국 쪽 표현도 조금 다르다. 흔히 쓰이는 말은 **‘안타까운 로맨스’**다. 비극의 여주인공이라기보다 ‘보고 있으면 딱한 관계’라는 뉘앙스에 가깝다. 이 차이는 사소해 보여도 실제로 중요하다 — 한국 유저들은 이 이야기를 숭고한 비극으로 격상시키기보다, 끝까지 답을 못 받은 사람을 옆에서 안쓰럽게 지켜보는 쪽으로 읽어왔다.
그리고 타르라크 쪽에서 한국 커뮤니티의 진짜 분기점은 로맨스가 아니라 배신이다. 후반 전개에서 그가 검은 가면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오래 함께 다닌 동료가 사실 반대편이었다는 종류의 충격으로 이야기된다. 그 이후로 금발 캐릭터를 농담 삼아 의심하는 말버릇이 돌았다는 이야기까지 남아 있는데, 이건 커뮤니티 안에서 전해지는 농담이라 사실 여부를 따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2, 3세대 — 눈에 안 띄는 쪽의 다정함
2세대의 그녀는 대체로 일상으로 돌아온다. 마족의 서를 들고 가는 상대, 그 역할이다.
3세대는 파괴의 여신 마샤 편으로 들어간다. 포모르족이 각지 던전의 여신상을 부수기 시작하자 크리스텔은 라비 던전과 마스 던전의 여신상을 직접 복구한다. 밀레시안이 바올 던전에서 어둠의 군주 모르간트에게 쓰러져 붙잡히기 직전, 제때 도착한 것도 그녀다.
어느 것도 연애 장면이 아니다. 다만 매번 같은 성질이 나온다 — 누군가 가장 초라한 순간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타난다.
이리아 2 — 우는 아이를 안고서, 그게 누구인지 모른 채로
한참 뒤 타르라크는 기억을 전부 잃고 여섯 살 아이로 퇴행한다(경위는 다음 절). 그를 거둔 사람은 베르헤드라는 장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게 있다. 그 아이가 곧 타르라크라는 것 자체가, 엄밀히는 유저들의 추정이다. 한국 위키 서술조차 ‘~라고 여겨지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게임이 대놓고 확인해준 적이 없다는 뜻이고, 그럼에도 거의 모두가 그렇게 읽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장면이 20년째 회자되는 이유의 절반은 그 확인되지 않음 자체에 있다.
아이는 베르헤드 일행과 던바튼으로 가던 중 일행과 떨어지고, 하필 크리스텔 앞에 선다. 그녀는 모른다. 그녀에게 그건 길 잃은 낯가림 심한 남자아이고,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하는, 딱 그만큼의 존재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아이에게든 했을 일을 한다. 무서울 땐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교회에서 하룻밤 재운다. 지나가던 루에리가 그 아이를 알아본다. 아이는 루에리가 누구인지 모른다 — 그런데 이야기를 나눈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난다. ‘티르 나 노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울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사탕을 사서 돌아온 크리스텔이 보는 건, 눈물을 닦고 있는 아이뿐이다.
이 일련의 장면에서 진상을 입 밖에 내는 대사는 하나도 없다. 독자는 안다. 크리스텔은 모른다. 이 정보 격차가 이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무거운 한 점이다 — 그녀는 수십 년을 그리워한 사람의 유년기를 통째로 돌봐주고도, 그게 본인이라는 걸 끝내 몰랐다.
더 나중의 이야기 — 아무도 듣지 못한 한마디
여기서부터는 본 사이트가 공식 퀘스트 원문과 문장 단위로 대조한 내용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정리한 요약을 전달하는 것이다. 앞 절들보다 한 단계 낮은 신뢰도임을 밝히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그 정리에 따르면 타르라크는 결국 신들과 맞서는 길을 택한다. 논리는 처음의 집착이 그대로 자란 것이다 — 에린이 고통 없는 낙원이 아닌 건 신들 탓이고, 신들을 몰아내면 낙원은 실현된다. 그는 가명으로 움직이고(영어권 위키는 그 이름을 Black Mask로 기록하며, 한국 커뮤니티는 검은 가면이라 부른다), 봉인돼 있던 용과 원한을 품은 한 종족과 손잡고, 영혼의 흐름에 손을 대 신에 필적하는 힘을 얻으려 한다.
마지막 한 걸음에서 계획이 폭주한다. 신들이 쫓겨나기는커녕 진짜 파괴의 여신 마샤가 부활한다. 모리안과도, 포모르족의 왕 시콜과도 급이 다른 존재다. 타르라크는 체면을 접고 밀레시안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함께 마샤를 쓰러뜨린다. 대가는 전부 그가 치렀다 — 기억의 완전한 상실, 그리고 아이로의 퇴행.
쓰러지기 직전, 그는 밀레시안에게 크리스텔에게 전해달라며 말을 남기려 한다. 끝맺기 전에 빛 속으로 사라진다. 그 한마디는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았다.
20년을 쌓아 만든 감정에 공식이 준 결말은 재회도 작별도 아니다. 다시는 채울 수 없는, 중간에 끊긴 한 문장이다.
모바일판 — 여기서부터는 한국 쪽 정보가 더 앞선다
본 사이트의 모바일판 데이터셋이 확인해주는 건 하나다. 그녀는 거기 있다. 여신강림 1장 등장 NPC 명단에 크리스텔이 있고, 던바튼 교회에서 골드 1,500이 성수로 바뀌는 물물교환은 지금도 돌아간다. 타르라크의 등장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한국 커뮤니티에는 그 이상이 있다. 이 문단부터는 신뢰도를 낮춰 읽어야 한다 — 아래 내용은 한국 유저들의 영상 기록과 커뮤니티 위키 서술에서 확인한 것이고, 본 사이트는 이를 운영진의 공식 공지로 교차 확인하지 못했다.
- 두 사람을 정면으로 다루는 모바일판 에피소드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제목은 「마음이 비친 눈동자」 계열로 전해지는데, 표기가 조금씩 다르게 돌아다녀 본 사이트는 어느 쪽이 정확한지 확정하지 못했다.
- 그 에피소드가 다루는 질문이 흥미롭다. 이 관계에서 20년 동안 답이 없던 바로 그 지점 — 타르라크가 왜 그녀의 마음을 받지 않았는가 — 을 정면으로 건드린다고 이야기된다.
- 외형도 바뀌었다. 원작의 단발 대신 긴 머리를 묶어 늘어뜨렸고, 눈 밑의 눈물점이 뚜렷하게 묘사된다는 서술이 있다.
- 서큐버스의 능력과 얽힌 해석도 돌아다닌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는 성질, 그리고 타르라크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였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이건 위 항목들보다도 근거가 약해서, 본 사이트는 사실로 서술하지 않고 ‘이런 해석이 돈다’는 선까지만 적는다.
- 해석은 갈린다. 이 에피소드를 로맨스로 읽지 않는 사람도 있고, 관련 게시판에는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느냐’는 제목의 논쟁 글이 올라와 있다. 결론이 난 논의가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모바일판이 이 관계를 그냥 배경으로만 쓰고 지나간 게 아니라는 신호는 분명히 있다. 다만 그 신호의 정확한 내용을 본 사이트가 공식 텍스트로 확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확정되면 이 글은 갱신된다.
본 사이트의 결론
20년 동안 이 관계에 대한 공식의 답은 침묵이었다. ‘사랑한다’에 ‘나도’가 돌아오는 장면은 한 번도 없다. 있는 건 방금 진 마물이 받은 한순간의 봐주기, 답 없는 4년의 간병, 이해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유년기의 재회, 그리고 어미에서 끊긴 마지막 한마디뿐이다. PC판 스토리는 이 일방통행의 20년을 끝까지 보상해주지 않았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두 사람의 이름을 다시 던바튼에 세웠고, 한국 쪽에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흔적까지 남아 있다. 20년을 이 둘과 함께 지낸 사람에게는 그것만으로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다른 결말이 나오는지 —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이고, 그래서 정직한 마무리는 이렇게 된다. 기다릴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