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의 두 갈래 혈통 — 마비노기가 빌린 신화, 그리고 다크 소울
✍️ 앨리스・알리사
이 질문은 몇 년에 한 번씩 커뮤니티에 다시 올라온다. 묻는 사람만 바뀌고, 답은 아무도 제대로 써놓지 않았다.
“마비노기 하다 보면 왜 자꾸 다크 소울이 생각나지?”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전투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마비노기의 전투는 다크 소울과 닮은 구석이 없다. 한쪽은 던바튼 광장에서 류트를 뜯는 게임이고, 다른 쪽은 구르기 세 번 하고도 거인 발에 밟히는 게임이다. 그들이 말하는 건 다른 것이다. 이야기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데, 발밑에 묻혀 있다는 건 아는 그 감각. 퀘스트 책 한 권, 지명 하나, NPC가 흘리듯 던진 반 문장 — 그걸 주워 모아 붙여보고 나서야, 자기가 만 년 전에 끝난 전쟁의 무덤 위에 서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 감각.
이 글은 질문을 둘로 쪼개서 답한다. 앞쪽은 확인 가능한 것 — 《마비노기》가 실제로 누구의 신화를 빌렸고, 어떻게 빌렸고, 어디를 일부러 뒤집었는지. 뒤쪽은 확인 불가능하지만 진지하게 다룰 가치가 있는 것 — 다크 소울이라는 그 선이, 어디까지가 같은 뿌리이고 어디부터가 우리 자신의 해석인지. 해석도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마비노기》의 신화 출처는 서로 다른 켈트 두 갈래다. 웨일스는 책 제목만 줬고(『Mabinogion』, 네 가지 가문 이야기), 아일랜드가 세계관의 뼈대 전부를 줬다 — 투아하 데 다난, 포모르, 모이투라 전투, 여신 모리안과 그 자매들, 포모르의 수장 시콜. devCAT이 직접 손댄 곳은 한 군데지만 크다. 실제 신화에서 투아하 데 다난을 정복한 밀레시안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자신이 되어 투아하 데 다난과 함께 포모르에 맞선다. 다크 소울 쪽은 이렇다. 두 게임 사이에 확인되는 설계 계보는 없다(마비노기 2004년, 데몬즈 소울 2009년). 다만 양쪽이 각자 같은 켈트·아서왕 토양에서 재료를 캤고 — 다크 소울 신족 그윈 일가의 이름은 웨일스어다 — 양쪽 다 이야기를 아이템 설명과 지명과 NPC의 반 문장에 묻어두고 플레이어에게 파게 시킨다. 닮은 건 사실이다. 다만 토양이 닮은 것이지 혈연이 닮은 게 아니다.
두 갈래를 먼저 갈라놓자: 제목은 웨일스, 전쟁은 아일랜드
이 사이트의 마비노기가 진짜로 빌린 것이 웨일스 『Mabinogion』 네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Pwyll과 Rhiannon, 시집간 Branwen, 교수형 당할 뻔한 쥐 한 마리, 사슴과 멧돼지와 늑대가 된 두 형제. 결론은 분명했다. 제목은 빌렸고, 이야기는 한 줄도 안 빌렸다. 여기서 다시 쓰지 않는다.
보탤 것은 그 글이 다루지 않은 한 가지다. ‘이름만 빌리고 이야기는 안 빌리는’ 방식은 켈트 각색에서 예외가 아니라 관례다. 웨일스와 아일랜드는 언어가 다르고, 필사본 전통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다. 웨일스의 『Mabinogion』은 궁정 산문이다. 상속과 혼인과 저주와 회복을 다루고, 전쟁은 배경이고, 주인공은 가문이다. 아일랜드의 신화 순환 — 『침략의 서』(Lebor Gabála Érenn)와 『모이투라 전투』(Cath Maige Tuired) — 은 한 무리씩 바다를 건너와 앞의 주민을 밀어내는 이야기다. 침략이 여섯 번 있고, 주인공은 종족이다.
‘신족이 이계의 괴물과 싸우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 사람 앞에 두 권을 펼쳐 놓으면, 어느 쪽을 고를까.
devCAT은 아일랜드를 골랐다. 그것도 아주 철저히.
아일랜드 쪽: 여섯 번의 침략, 두 번의 전투, 순서가 뒤집힌 이름 하나
『침략의 서』의 골격은 한 문단이면 된다. 아일랜드라는 땅은 여섯 무리에게 차례로 점거된다 — 대홍수 이전의 케사르(Cessair) 일족, 파르홀론(Partholón) 일족, 네베드(Nemed) 일족, 피르 볼그(Fir Bolg), 투아하 데 다난, 마지막으로 밀레시안. 상륙한 무리는 매번 앞의 무리와 싸우고, 그리고 매번 한 번도 진짜로 떠난 적 없는 것들과도 싸운다. 포모르다. 포모르는 여섯 침략 중 하나가 아니다. 바다 저편, 안개 저편, 섬 밑바닥의 선주민이고, 새로 온 세대는 전부 이들과 한 번씩 붙어야 한다.
두 차례 모이투라 전투는 투아하 데 다난 몫의 청구서다. 1차는 피르 볼그전, 투아하 데 다난이 이겼지만 왕 누아다(Nuada)가 팔 하나를 잃는다. 신족의 법에 결함 있는 자는 왕이 될 수 없어서, 왕위는 포모르 혼혈인 브레스(Bres)에게 넘어가고, 브레스는 신족을 노예처럼 부린다. 2차는 그 브레스를 끌어내리기 위한 전쟁이다. 포모르의 거대한 외눈 왕 발로르(Balor)가 대군을 끌고 나온다. 그 눈에 보인 자는 죽는다. 그의 외손자 루(Lugh), 만능의 신이 투석으로 그 눈을 뒤통수까지 꿰뚫고, 눈의 독한 시선이 되돌아 포모르 자신의 군대를 태워버린다.
이것이 게임 속 ‘모이투라 전투’ 넉 자의 출처다. 지도에 박힌 진짜 유적이 이미 확인했듯, 센마이 평원은 공식 설정이 명시한 그 고대 전장이다.
시콜(Cichol Gricenchos)도 이 책에 있다. 그런데 자리가 재미있다. 그는 발로르 다음 왕이 아니라 발로르보다 훨씬 앞선 포모르의 수장이다. 파르홀론 세대가 그와 싸웠고, 그것이 아일랜드 땅에 기록된 최초의 전투다. PC판 《마비노기》는 그를 ‘발로르 이후의 포모르 왕’으로 썼다(에린 세계관 입문 참고). 시간 순서가 통째로 뒤집힌 것이다.
이건 오류가 아니라 각색이다. devCAT에게는 발로르 이후에도 살아 있어서 모리안과 20년 동안 대치할 수 있는 포모르 지도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명단에서 가장 오래된 이름을 맨 뒤로 끌어다 썼다. 신화를 읽은 사람이 아니라 신화를 부린 사람의 손놀림이다.
여신 쪽은 모리안은 누구인가가 자세히 썼다. 모리안·마챠·바이브 삼자매, 네반은 들어갈 때도 있고 빠질 때도 있고, 원전 자신도 확정하지 않았다. 한 줄만 보탠다. 원전의 모리안은 2차 모이투라 전투에서 투아하 데 다난 편에 서서 예언과 공포로 싸우는 여신이다. 게임은 그녀를 ‘힘을 다 써 포모르를 봉인하고 스스로 돌이 된’ 수호자로 썼다. 방향은 안 바꿨고, 피에 굶주린 전장의 여신을 꿈에서 말을 거는 다정한 여신으로 갈아냈을 뿐이다. 그 다정함이 나중에 한 번 더 뒤집힌다는 건 오래 한 사람이면 다 안다. 그건 다른 글의 몫이다.
devCAT이 넣은 칼자국: 정복자가 주인공이 되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오래 멈춰 설 자리다. 사실관계는 〈에린 세계관 입문〉이 이미 기록했고, 여기서 다룰 것은 왜다.
실제 신화의 마지막 장. 밀레시안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바다를 건너와 투아하 데 다난과 협상하고, 싸우고, 이긴다. 진 투아하 데 다난은 언덕 밑으로, 호수 밑으로, 안개 속으로 물러나 후대의 요정(Aos Sí)이 된다. 밀레시안은 지상을 가져가 게일인의 조상이 된다 — 오늘날 아일랜드인이 자기 혈통이라 여기는 그 계보다. 다시 말해 원전에서 밀레시안은 정복자이고, 신을 땅 밑으로 몰아넣은 쪽이다.
《마비노기》에서 플레이어의 정체는 ‘밀레시안’이다. 당신은 이계에서 에린으로 오고, 투아하 데 다난은 당신을 구원자로 보고, 포모르는 적으로 보고, 여신은 꿈속에서 희망으로 본다. devCAT은 정복자의 이름을 당신에게 주고, 정복자의 각본만 빼놓았다.
커뮤니티에는 오래된 두 갈래 독법이 있다. 하나는 그냥 이름이 좋아서라는 쪽 — ‘밀레시안=바다 건너온 자’가 ‘플레이어=현실에서 접속해 오는 이방인’과 딱 맞아떨어졌을 뿐, 거기까지 생각 안 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더 깊게 읽는다. devCAT이 밀레시안이 정복자라는 걸 알면서 그 그림자를 일부러 남겨뒀다는 쪽이다. 근거는 PC판 후반 메인스트림이다. 밀레시안이 진짜로 죽지 않고 무한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작중 인물들에게 계속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이질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죽지 않는 외지인은, 죽는 세계 입장에서 구원자인가 또 다른 침략인가. 이 독법은 devCAT이 신화의 정복을 더 느리고 더 온화한 판본으로 바꿔놨을 뿐이라고 본다. 칼을 들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눌러앉는 것. 이 세계의 신들이 당신에게 의지하기 시작할 때까지.
어느 쪽이 맞는지는 결론이 없고, devCAT도 말한 적 없다. 이 글은 두 번째 쪽으로 기운다. 근거가 아니라 취향이다. 정복자의 이름을 플레이어에게 주고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 설계가, 아무 생각 없던 설계보다 이 게임의 이후 20년에 더 어울린다. 이건 해석이고, 그렇게 표시해 둔다.
| 명칭 | 분류 | PC판 《마비노기》 | 《마비노기 영웅전》 | 《마비노기 모바일》 | 고증 강도 |
|---|---|---|---|---|---|
| 에린 | 세계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동명 확인 |
| 티르 나 노그 | 개념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커뮤니티 정리(비공식) |
| 포모르족 | 종족/세력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동명 확인 |
| 모리안 | 신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동명 확인 |
| 시콜 | 신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동명 확인 |
| 마챠 | 신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동명 확인 |
| 글라스기브넨 | 보스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동명 확인 |
| 퍼거스 | NPC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동명 확인 |
| 타르라크 | NPC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 등장 확인 | 동명 확인 |
| 콜헨 | 지명 | ✕ 미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 등장 확인 | 동일 대상 |
| 투아하데다난 | 종족 | ✓ 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 자료 없음 | 동명 확인 |
| 밀레시안 | 정체성 | ✓ 등장 확인 | ✕ 미등장 확인 | - 자료 없음 | 동일 대상 |
본표 12행은 2026-09-02에 확인됨. '✓ 등장 확인'은 해당 게임 자체의 텍스트/화면이 이 실체를 직접 지목한다는 뜻, '✕ 미등장 확인'은 특정 경로를 확인한 뒤 없음을 확인한 경우(침묵보다 강한 주장), '- 자료 없음'은 이 사이트가 조사한 범위에서 못 찾았다는 뜻으로 게임에 없다는 의미는 아님. 각 행의 완전한 근거와 출처는 본문과 데이터셋 자체 참고.같은 시리즈의 세계관 고증
다크 소울: 불가능한 것부터 지우자
이제 뒷부분이다.
먼저 연표. 연표만 꺼내도 추측의 절반이 사라진다. 《마비노기》 PC판은 2004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데몬즈 소울》은 2009년, 《다크 소울》은 2011년이다. 마비노기가 다크 소울의 영향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 인터뷰가 필요 없는 문제다. 반대 방향 — 프롬소프트웨어가 마비노기를 해봤는가 — 은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공개 인터뷰 정리를 훑어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는 《베르세르크》를 말했고, 아서왕 전설을 말했고, 어릴 때 다 못 읽은 영어 판타지 소설을 말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양쪽 사이에 확인 가능한 설계 계보는 없다. 커뮤니티에서 누가 “마비노기가 다크 소울의 원형”이라거나 “다크 소울이 마비노기 세계관을 베꼈다”고 하면, 그건 근거 없는 해석 중에서도 가장 근거가 없는 쪽이다.
이걸 지우고 나서 남는 것이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다. 닮은 건 사실이고, 다만 다른 데가 닮았다.
닮은 곳: 같은 토양, 다른 나무
첫째, 양쪽 다 웨일스에서 이름을 빌렸는데 빌린 위치가 다르다. 마비노기는 책 제목을 빌렸다. 다크 소울은 신족의 인명을 빌렸다. 최초의 불의 왕 그윈(Gwyn) — 웨일스어 gwyn은 ‘희다, 성스럽다, 축복받은’이라는 뜻이고, 웨일스 신화에는 사냥개를 몰고 하늘에서 망자를 쫓는 저승의 왕 Gwyn ap Nudd가 있다. 그의 딸 그웨네비어(Gwynevere) — 아서왕비 Guinevere의 웨일스식 철자 그대로다. 아들 그윈돌린(Gwyndolin) — 같은 어근. 심연을 걷는 아르토리아스(Artorias)는 Arthur의 라틴어형 중 하나다. 그래서 묘한 결론이 나온다. 마비노기는 『Mabinogion』의 표지를 가져갔고, 다크 소울은 그 책 안의 작명법을 가져갔다. 같은 웨일스 책에서 한 쪽은 제목을, 다른 쪽은 이름 짓는 방식을 반씩 떼어간 셈이다. 여기까지는 확인되는 이야기지 해석이 아니다.
둘째, 양쪽 다 이야기가 컷신에 없고 파편에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닮음’의 정체다. 이건 사실이고 예시도 든다. 마비노기 세계관에서 가장 두꺼운 덩어리는 G1의 퀘스트 책이다. 주점 카운터에서 받아 직접 넘겨 읽는 그런 책. 거기에 지명이 더해진다(센마이 평원은 고대 전장이고, 용의 유적에는 진짜로 용이 있다). NPC가 설명 없이 던지는 반 문장이 더해진다(크리스텔이 말하는 ‘예전의 자신’, 눈밭에서 곰으로 사는 탈라크). 다크 소울은 아이템 설명으로 같은 일을 한다. 반지 하나에 붙은 석 줄, 갑옷 한 벌의 내력, 이 검이 누구 것이었고 왜 여기 떨어져 있는지. 양쪽 다 메인 줄기를 얇게 쓰고 세계를 두껍게 쓰고, 읽는 일은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다른 건 기질이다. 마비노기의 파편은 따뜻해서 NPC 한 명 때문에 20년을 서운해하게 만들고(크리스텔과 탈라크), 다크 소울의 파편은 차가워서 살아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 때문에 서운해하게 만든다.
셋째, 양쪽 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여신이 있고, 둘 다 당신을 속인다. 이 항목은 확실히 표시해 둔다. 플레이어의 독법이지 설계상의 대응이 아니다. 마비노기의 시작은 모리안이 꿈에서 밀레시안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다정하고, 슬프고, 세계를 구해 달라고 한다. PC판 후반이 그 다정함을 뒤집었고 커뮤니티는 그 일로 몇 년을 싸웠다. 다크 소울의 시작은 아노르 론도의 왕좌에 앉은 그웨네비어가 불사인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다. 똑같이 다정하고, 똑같이 불을 이으라 하고, 똑같이 나중에 환영으로 밝혀진다 — 남동생 그윈돌린이 떠받치고 있던 껍데기. 양쪽 플레이어가 겪은 것은 같은 일이다. 당신이 믿은 여신은, 이 세계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시키려고 보여준 얼굴이었다. 이 대조는 양쪽 다 해본 사람이 직접 맞춰본 것이고, 어느 개발사도 말한 적 없다. 다만 너무 반듯하게 맞아서, 적어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넷째, 양쪽 다 용의 뼈가 있고, 둘 다 ‘이전 시대’의 유물이다. 가이레흐 언덕의 용의 유적에는 용의 뼈가 누워 있고, PC판 G1은 그 뼈를 중심으로 한 단락을 통째로 갖고 있다(그 이야기는 반호르, 도시, 그리고 그 용의 몫이다). 다크 소울의 세계관은 아예 ‘고룡의 시대’에서 시작한다. 불이 없고 회색과 바위와 영원한 용만 있던 시대, 나중에 그윈과 신들이 뒤엎은 시대. 양쪽의 용은 ‘지금의 적’이 아니라 지금 이 세계가 그 시체 위에 세워져 있는 종류의 존재다. 이 항목도 셋째와 마찬가지로 이 글의 해석이다. 다만 오늘 발굴지에서 그 뼈를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 독법을 들고 다시 보면 조금 서늘해질 것이다.
닮지 않은 곳: 이쪽이 더 중요하다
대조를 쓰는 사람은 닮은 것만 쓰기 쉽다. 그렇게 쓰면 해석 중에서도 가장 나쁜 형태가 된다. 맞는 증거만 골라 담은 것. 그래서 안 닮은 쪽도 정직하게 쓴다.
다크 소울의 켈트 성분은 사실 얇다. 진짜 혈통은 **아서왕+북유럽+《베르세르크》**다. 그윈 일가의 웨일스식 이름은 작명 층위의 차용이고, 이야기 골격(불의 계승, 불사의 저주, 신들의 황혼)은 아일랜드 원전이나 웨일스 원전 어디와도 맞물리지 않는다. 마비노기는 정반대다. 이름은 표층이고 골격이 진짜 아일랜드다. 투아하 데 다난, 포모르, 모이투라 전투, 세 자매 여신 — 장식이 아니라 메인스트림 전체를 떠받치는 내력벽이다. 한쪽은 가죽을 빌렸고, 한쪽은 뼈를 빌렸다.
둘째로, 마비노기의 세계는 회복된다. 탈라크는 곰에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고, 크리스텔은 서큐버스에서 수녀가 될 수 있고, 모리안은 돌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 다크 소울의 세계는 내려가기만 한다. 불은 작아지기만 하고, 화톳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진작에 끝났어야 할 시대를 늘리고 있을 뿐이다. 이 차이는 닮은 점 넷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 마비노기의 슬픔은 ‘아직 못 한 말’이고, 다크 소울의 슬픔은 ‘말해도 소용없음’이다.
셋째는 가장 간단하다. 마비노기에는 던바튼 광장에서 악기를 켜는 사람이 있고, 다크 소울에는 없다. 마비노기는 하나도 안 잡고 밭 갈고 낚시하고 류트만 뜯으면서 오후를 다 보낼 수 있고, 그동안 세계관은 등 뒤에 가만히 누워 있다. 다크 소울은 자기를 무시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럼 devCAT은 뭐라고 했나
김동건이 마비노기를 이야기한 초기 인터뷰들은 여러 번 정리됐는데, 반복해서 나오는 키워드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판타지 라이프’ — 몹 잡는 게임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게임. 다른 하나는 ‘켈트 신화를 고른 건 게임에서 아직 닳지 않은 소재였기 때문’. 그게 전부다. 다크 소울은 없고(시간상 있을 수도 없다), ‘우리는 이야기를 파편에 묻겠다’ 같은 메타 선언도 없다. devCAT은 파편 서사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적이 없다.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다 — 2004년 온라인 게임의 컷신 예산이 애초에 퀘스트 책을 직접 읽게 하는 정도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크 소울 대조 절 전체의 최종 위치는 이렇다. 플레이어의 독법. 양쪽을 다 해본 사람이 한쪽의 눈으로 다른 쪽을 봤을 때 보이는 것. 가짜는 아니다 — 웨일스식 이름, 파편 속 이야기, 문 앞의 여신, 이전 시대의 용뼈, 이 넷은 직접 대조해도 다 맞는다 — 다만 플레이어가 맞춰낸 것이지 개발자가 넣어둔 것이 아니다. 이 구분을 흐리지 않겠다. 흐리고 나면 “마비노기 다크 소울이랑 비슷함” 같은 알맹이 없는 말만 남는다.
모바일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PC판을 겪은 사람에게 실제로 걸리는 질문은 따로 있다. 모바일은 이 방식을 물려받았나?
지금까지의 답은 ‘절반’이다. 모바일의 메인 스토리 ‘여신강림’은 PC판 G1의 제목과 전제를 그대로 가져왔고, 1장은 아예 ‘여신 모리안’이다. 그런데 전달 방식은 반대쪽으로 갔다. 모바일은 컷신과 연출로 말한다. 캐릭터가 화면 앞에서 직접 설명하고, 챕터가 끝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다. 2004년에 예산이 없어서 생긴 그 침묵 — 결과적으로 20년치 해석을 낳은 그 침묵 — 이 모바일에는 없다.
그 대신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 지명이다. 반호르, 가이레흐 언덕, 용의 유적 발굴지, 그리고 반호르의 지역 목표를 100% 채우면 열리는 센마이 평원. 여기서 아무도 당신에게 센마이 평원이 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냥 평원이 열리고, 당신은 걸어 들어간다. 그게 모이투라의 고대 전장이고 모리안이 돌이 된 곳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발밑에 묻혀 있고, 여전히 파야 나온다. 파편 서사는 모바일에서 대사에서 지도로 옮겨갔다. 용의 유적에 서 있는 것이 고고학 발굴팀이라는 것도 — 발굴하러 온 사람들을 배치한 것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그러니까 PC판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모바일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기대는 이렇다. 이야기 자체는 더 친절하게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도는 여전히 당신이 아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결론
《마비노기》에는 켈트 두 갈래가 있다. 웨일스 쪽은 책 제목만 줬고, 아일랜드 쪽은 세계 전체의 뼈대를 줬다. 그 뼈대 위에 devCAT이 칼자국을 하나 냈다. 신화 속 정복자 밀레시안을 플레이어 자신으로 만들고, 포모르 명단에서 가장 오래된 이름인 시콜을 맨 뒤로 끌어와 모리안의 상대로 세웠다. 여기까지는 확인된다.
다크 소울 쪽은 혈연이 확인되지 않고 토양이 확인된다. 같은 웨일스 책에서 한쪽은 표지를, 한쪽은 작명법을 반씩 가져갔고, 양쪽 다 이야기를 파편에 묻었고, 양쪽 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 나중에 다른 얼굴로 밝혀지는 여신이 있고, 양쪽 세계 다 용의 뼈 위에 누워 있다. 이 넷은 맞아떨어진다. 다만 플레이어의 독법이고, devCAT도 프롬소프트웨어도 말한 적 없다. 그래도 적어두는 이유는, 근거를 갖춘 해석 하나가 “그냥 비슷하잖아” 한마디보다 훨씬 값지기 때문이다.
다음에 용의 유적 앞에 서면, 어느 쪽 눈으로 볼지는 직접 고르면 된다. 둘 다 괜찮다.
